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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른 결정을 방해하’뇌’? 뇌를 이해해야 더 안전한 결정을 할 수 있다.

심리학의 인지편향 이야기



오늘 하루 몇 번의 의사결정을 하였는가?

몇 건 되지 않는 것 같지만, 관련 연구에 따르면 우리는 눈을 뜨는 순간부터 잠드는 순간까지 약 3만 5천 번의 의사결정을 내린다고 한다. 문을 당길지 밀지와 같은 단순한 판단부터 주식 매도 결정에 이르기까지, 사람의 하루는 수많은 결정으로 가득하다.


뇌에서 의사결정을 관장하는 부분은 전두엽이다. 그러나 때로는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실수를 하기도 한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인지 편향(Cognitive bias)이라 하며, 쉽게 말해 우리의 뇌가 빠른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실수를 범하는 것이다. 이는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왜 뇌는 빠른 의사결정을 하려고 할까? 이는 인간이 환경에 적응하고 효율적으로 기능하기 위한 방식 중 하나다. 우리의 눈, 귀, 입, 피부 등을 통해 들어오는 세상의 정보는 압도적으로 많으며, 이를 모두 분석하고 판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뇌는 기존 정보나 핵심 정보 위주로 쉽고 빠르게 결정을 내리게 되며, 흔히 말하는 ‘느낌적인 느낌’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이러한 판단이 때로는 올바른 결과를 만들기도 하지만, 잘못된 판단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안전관리 활동 과정에서도 인지 편향은 예외가 아니다. 문제는 일반 오피스에서 인지 편향이 일어날 때보다, 안전관리 상황에서의 부작용이 훨씬 더 클 수 있다는 점이다. 오늘은 안전관리 활동 중 발생할 수 있는 인간의 인지 편향의 유형을 소개하고, 구체적인 예시를 통해 이해를 돕고자 한다.



  1. 확증 편향 (Confirmation bias)

    “여러분은 얼마나 운전을 잘하십니까?”라는 질문과 함께 (① 평균 이상이다 , ②평균 이하이다)라는 두 가지 선택지를 주면, 대부분 어떤 선택을 할까? 관련 연구에 따르면, 93%의 사람들이 자신이 '평균 이상'이라고 답했다. 구체적인 근거 없이 거의 모든 사람이 스스로를 평균 이상으로 평가한다는 결과는 흥미롭다. 정확하게 판단하려면 ‘운전 실력 평균’에 대한 명확한 기준(예: 내비게이션 앱의 운전자 점수, 사고 횟수 등)을 확인하고, 자신의 상황과 비교한 뒤 답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우리의 뇌는 기존에 가진 개인의 신념이나 가치관에 따라 판단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확증 편향이란 자신의 생각이나 판단에 부합하는 정보만 받아들이고, 그 외 정보는 무시하는 사고방식을 의미한다. 안전관리에서도 확증 편향은 종종 나타나며, 특히 사고가 오랜 기간 발생하지 않는 시기에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무재해 일수가 계속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해당 사업장이 안전하다고 판단하기 쉽다. 기간이 길어질수록 무재해를 입증하는 정보에만 주목하게 되고, 작은 위험 신호는 간과하게 된다. 그러므로 항상 방심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경영자는 안전 메시지를 전달할 때, 직원들이 방심하거나 안전관리에 소홀하지 않도록 강력하고 일관된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달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2. 위험도 평가 오류 (Risk assessment bias)

    사람은 위험을 평가할 때 성격적 특성 및 작업의 특성, 그리고 상황적 특성을 기반으로 위험을 평가한다. 즉, 평가자나 여러 상황이 달라지면 동일한 위험도 다르게 평가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물론 해당 위험을 설명하는 객관적 통계가 존재할 수 있지만, 대부분은 개인적인 특성에 의존한 평가를 하게 된다. 예를 들어, 갓 성인이 된 자녀가 부모의 차를 운전하려 한다면, 부모는 자녀의 성향을 바탕으로 허용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하지만 실제 통계상으로는 숙련 운전자가 초보 운전자보다 더 많은 사고를 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 입장에서는 자녀가 운전하는 상황을 매우 위험하게 평가할 수 있다. 이처럼 위험도 평가 오류는 위험을 객관적 사실보다 개인적 신념이나 감정에 근거하여 평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안전관리에서도 위험도를 판단할 때 관련 통계나 객관적 자료에 기반해 거시적인 시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또한, 각자의 평가 근거를 구성원 간에 자주 공유함으로써 관점 차이를 줄이고, 일관된 기준을 바탕으로 위험을 과대평가하거나 과소평가하는 일을 방지할 수 있다.

  3. 효용 편향 (Availability bias) 효용 편향은 실제 중요도와 무관하게 최근에 접한 정보나 쉽게 떠오르는 정보를 가장 중요한 정보로 인식하는 현상이다. 특히 경영진이나 주요 의사결정권자가 이 편향을 과도하게 가질 경우, 구성원들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반도체 필름을 커터칼로 자르다 베임 사고가 발생했다고 하자. 이후 사업장 전체에 베임 사고에 대한 경계가 강화되고, 경영진은 모든 부서에 커터칼 사용 중단을 지시하며 안전 기능이 있는 칼로 대체할 것을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고, 작업자는 새로운 도구에 적응하느라 작업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 물론 베임 사고를 철저히 관리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재발방지 대책의 비용과 효용성을 함께 고려한 판단이다. 효용성을 고려한 결정을 내리면 비용과 시간을 절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구성원의 불편함도 줄여 대책의 수용성과 확산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이 편향은 감정, 압박감, 급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심리적 요인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우리는 효용 편향의 가능성을 인식하고,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고민한 후 결정 내용을 복기하며 올바른 판단인지 끊임없이 검토해야 한다.

  4. 디폴트 편향 (Default bias) 디폴트(기본) 설정은 매우 편리하다. 스마트폰이나 새로운 기기를 구매하면 제조사가 미리 설정해 놓은 기본 옵션이 있다. 사용자가 직접 조정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기본 세팅을 그대로 사용한다. 이러한 경향을 디폴트 편향이라 한다. 스스로 선택할 수 있음에도 기본 설정에서 벗어나지 않으려는 심리다. 안전관리에서도 SOP(표준작업절차)나 위험성 평가와 같이 기본 틀을 만들어두고 필요한 부분만 수정하는 디폴트 방식이 자주 사용된다. 그러나 안전관리에서는 디폴트가 함정이 될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특히 위험예지 활동에서는 디폴트만 활용하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다. 어떤 기업에서는 수시 위험성 평가 시스템에서 이전 항목을 불러올 때, 일부 항목은 공란으로 남겨두어 사용자가 새롭게 작성하게 했다. 모든 항목을 새로 작성하는 것은 비현실적이지만, 그날의 특별 위험요인이나 중점관리사항은 직접 작성하도록 유도해 새로운 시각에서 위험을 발굴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결국 인지 편향을 이해하는 목적은 누군가의 판단을 비난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인간 사고의 기본 작동원리를 이해하고, 보다 합리적인 결정을 유도하기 위함이다. 스스로 경험한 인지 편향을 돌아보며, 사고 예방과 동료의 안전을 위해 불필요한 판단 요소를 하나씩 줄여나가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글 한누리 |Team Lea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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