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광수 교수의 안전칼럼]
이 글은 <안전저널>에 기고한 문광수 교수의 칼럼으로 <안전저널>과 <문광수 교수>의 승인하에 작성된 글임을 미리 밝힙니다.
아차사고는 중대재해의 전조증상이다
아차사고(near miss)는 대부분의 근로자들과 관리자들이 아는 단어일 것이다. 아차사고는 사고가 일어날 뻔 했지만 직접적인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은 상황을 말한다. 즉 ‘하마터면 큰일날 뻔했던’ 혹은 ‘아이고’ 하면서 놀랐던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아차사고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면 이는 중대 재해의 전조증상으로 각 기업에서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하인리히 법칙에서도 큰 사고가 나기 전에 작은 징조들이 있다고 하였고 1(중대재해) : 29 : 300(아차사고)의 비율을 제시하였다. 따라서 이러한 아차사고들을 발굴하고, 많은 근로자들이 보고하여, 추후에 동일하거나 유사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강구하면 안전한 사업장을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에 많은 기업들이 아차사고 보고제도나 아차사고 발굴 활동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이는 아차사고가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안전 관리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많은 정보를 무료로 제공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의 관련 활동들을 살펴보면 그 활동은 저조하거나, 형식화된 경우가 많다.
아차사고는 보고되고, 관리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왜 아차사고 보고제도가 활성화되지 않을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일단 보고하는데 너무 많은 정보나 문서 작업을 요구하는 것이 한 원인일 수 있다. 아차사고는 주로 근로자들이 경험을 하거나 발견을 한다. 그런데 이를 보고하는데 너무 시간이 걸리고 귀찮다면, 보고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생산 라인에 있는 근로자가 박스를 들고 현장을 걸어가다가 바닥이 패어 있어 넘어질 뻔 했다고 생각해보자. 회사에서는 아차사고 보고를 장려하고, 사내 인트라넷이나 게시판 등에 보고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어 놨다. 그런데 근로자가 이를 보고하려면, 일단 컴퓨터가 있는 사무실로 가야하고, 접속해야 하고, 관련 정보들을(언제, 어디서, 왜, 원인 등) 입력해야 한다. 혹은 사진을 업로드해야 할 때도 있고, 심지어는 예방 대책까지 수립해서 조치를 한 후에 어떻게 변화되었는지도 보고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before-after). 한번 생각해보자! 여러분들이 근로자라면 퇴근하기 전에 아차사고 보고를 하고 갈까? 퇴근 하기 전에 안 한다면 다음 날 와서 보고를 할 것인가? 쉽게 이야기하면 아차사고 보고가 상당히 번거럽고 귀찮으며, 내가 혹은 우리 팀이나 부서가 해야 할 일이 늘어나게 만들 수 있다. 물론 기업의 안전문화 수준이 매우 높아 근로자들이 아차사고 보고를 매우 가치 있고 의미 있게 여긴다면 요구되는 정보가 많더라도 충실히 작성하여 보고할 것이다. 하지만 개인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는 쉽지 않다. 심리학에서는 반응 노력(Response Effort)이라는 개념이 있다. 즉 아무리 의미 있고 좋은 행동이라고 하더라도 그 행동을 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과 노력 즉 자원이 많이 소요되면, 그리고 심리적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미안함을 느끼거나 부담을 준다고 생각하게 되면 그 행동은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아차사고 보고 제도를 활성화 시키기 위해서는 보고를 간단하게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추가적인 정보가 필요하다면 안전 부서 담당자가 현장에 가본다거나 아니면 그 직원에게 찾아가거나 추가적인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좋다. 두 번째는 보고를 했는데 이에 대한 피드백이 없는 경우이다. 근로자들이 내가 시간을 투자해서 아차사고 보고를 하면 이에 대한 피드백이 제공되기를 원한다. 무엇보다 보고를 해준 행동, 즉 회사의 안전을 위해 노력한 것에 대해 감사의 표시를 하는 것이 필요하고, 조치가 된다면 대략 언제 가능한지, 그리고 조치 후에는 어떻게 조치가 되었고, 이러한 조치가 추후 어떤 사고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되었는지, 가치 기반의 피드백(value-based feedback)을 제공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나의 노력에 반응이 없으면 그 노력은 사라지게 된다. 물론 큰 부상이나 재해로 연결될 수 있는 아차사고 보고에 대해 상품권이나 보상을 줄 수도 있지만 피드백이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 어느 기업에서는 아차사고를 포함하여 안전에 대한 사안들을 보고할 수 있는 단톡방을 만들어서 사용하고 있었다. 간단하게 사진을 찍어서 올리거나 글로 올리면 담당자는 가장 먼저 안전에 대한 기여에 감사함을 표현하고, 조치를 한 후에 사진이나 글로 피드백을 준다. 그리고 이러한 사안들을 문서로 간략하게 정리하여 추후 안전관리 자료로 활용하고 있었다. 사내에 아차사고 보고를 위한 체계화된 시스템은 없었지만, 오히려 더 활성화되었던 이유는 보고에 대한 반응 노력을 최소화하고, 안전 노력에 대한 피드백을 제공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중앙대학교 문광수 교수 / 출처 : 안전저널(http://www.anjunj.com)
피델리티솔루션의 자문교수인 문광수 교수는 중앙대학교에서 심리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문광수 교수는 조직행동관리, 안전심리 분야에서 국내 최고의 권위를 가지고 있으며, <안전저널>에 정기적으로 정보와 지식을 연재하여 산업안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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