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광수 교수의 안전칼럼]
이 글은 <안전저널>에 기고한 문광수 교수의 칼럼으로 <안전저널>과 <문광수 교수>의 승인하에 작성된 글임을 미리 밝힙니다.
심리학에 귀인(歸因, Attribution) 이론이 있다. 조금 어려울 수 있겠지만 한자의 의미는 원인으로 돌아간다는 의미로 사람이 어떤 행동이나 결과, 사건의 원인을 찾는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귀인은 크게 외적 귀인과 내적 귀인으로 나뉜다. 외적 귀인은 다른 사람, 환경, 운, 날씨 등과 같이 내가 아닌 외부에서 원인을 찾는 것을 의미하고 내적 귀인은 나의 노력, 능력, 성격 등과 같이 나로부터 원인을 찾는 것을 의미한다.
어떤 결과나 사건의 원인을 어디에 두느냐는 미래 행동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시험에서 점수가 좋지 않게 나왔을 때, 운이 좋지 않았다고 외적으로 귀인하면 다음 시험을 위해 추가적인 노력을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내 노력이 부족했다고 내적으로 귀인하면 다음 시험 준비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할 것이다. 시험 출제자가 문제를 이상하게 냈다고 귀인하면, 문제에 대한 이의제기를 하게 될 것이다. 한편, 시험 성적이 좋게 나왔을 때, 나의 능력과 노력과 같은 내적 요인에 귀인하면, 자긍심과 만족감이 발생하겠지만, 주변 친구의 도움 때문이었다고 외적 귀인하면, 감사함이라는 정서가 발생할 것이다.
하지만 나와 타인의 행동이나 결과에 대한 귀인에는 차이가 있다. 일반적으로 나의 긍정적인 결과는 내적으로 귀인 하지만, 타인의 긍정적인 결과는 외적으로 귀인하는 경향이 있다. 반대로 나의 부정적인 결과는 외적으로 귀인 하지만, 타인의 부정적인 결과는 내적으로 귀인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귀인 오류를 행위자-관찰자 편향(Actor.observer bias)이라고 한다. 행위자가 자신의 행동을 귀인할 때와, 타인의 행동을 관찰자로서 귀인할 때에 차별적인 경향을 보이는 귀인오류이다.
귀인(歸因)과 안전
이러한 귀인오류는 안전에도 적용이 된다. 예를 들어, 본인이 작업장을 걸어가는데, 바닥에 물기가 남아 있어서 미끄러져 넘어졌다고 가정해보자. 이러한 넘어짐의 원인이 어디 있다고 생각하겠는가? 즉 귀인을 어디로 할 가능성이 높은가?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바닥에 물기가 남아 있어서 내가 넘어졌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물기가 남아 있는 곳에 미끄럼 주의와 같은 표지판을 설치 해놓지 않아서, 혹은 청소하는 사람이 물기를 충분히 제거하지 않은 것을 주요 원인으로 돌릴 것이다. 하지만 여러분이 미끄러진 당사자가 아니라 잘 모르는 사람이 미끄러져 넘어진 상황을 관찰했다고 생각해보자. 여러분은 이런 상황에서 주로 어떻게 이야기 하는가? 아마 “아이고, 아프겠네. 조심 좀 하지”라고 할 것이다. 이러한 언급은 미끄러져 넘어진 주요 원인이 그 넘어진 사람이 충분이 주의를 살피지 않았다는 것으로 돌리는 것이다. 즉, 동일한 행동이라도 행위자는 부정적 사건이나 결과의 원인을 외부로 돌리고, 관찰자는 행위자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가족이나 친구가 미끄러져 넘어졌다면 어떻게 귀인을 하겠는가? 아마 외적으로 귀인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귀인에 차이가 나타난 이유는 행위자로서 나는 자신의 행동을 직접 관찰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 행동을 하게 된 상황에 더 주목하게 된다. 반대로 타인의 행동에 대해서는 상황보다 행동을 한 사람 자체에 더 주목하게 된다. 또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는 왜 그렇게 했는지에 대한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지만, 타인의 행동에 대해서는 그러한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에 이러한 행위자-관찰자 편향이 발생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내가 미끄러진 당사자라고 생각을 해보자. 다음에 작업장을 걸어 다니면서 바닥에 물이나, 장애물이 있는지 주의를 하겠는가? 물론 넘어진 경험을 했기 때문에 과거보다 주의를 좀 더 할 수 있겠지만, 과거에 넘어진 원인이 본인의 주의나 노력에 있다고 내적 귀인을 하지 않기 때문에 아마 작업장에서 더 주의하면서 다닐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이다. 물론 미끄럼 방지를 위한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안전과 관련된 사건에 대해서는 개인의 내적 귀인도 일부 필요하다. 관리자, 회사의 사고 예방 노력이 필요하지만, 근로자 개개인의 노력이 함께 더해져야 궁극적인 사고 예방이 가능한 것이다.
중앙대학교 문광수 교수 / 출처 : 안전저널(http://www.anjunj.com)
피델리티솔루션의 자문교수인 문광수 교수는 중앙대학교에서 심리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문광수 교수는 조직행동관리, 안전심리 분야에서 국내 최고의 권위를 가지고 있으며, <안전저널>에 정기적으로 정보와 지식을 연재하여 산업안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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